지도자의 주변에는 항상 조언자가 있고 행동대장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핵심 멤버들은 서구언론에서 ‘간테이(Kantei)’라고 부르는 총리 집무실에서 자주 회의를 갖는다. 아베 총리는 이들 측근 그룹을 두고 ‘재도전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제1차 아베 내각(2006~2007) 때 정권 운영을 함께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때는 언론에서 ‘팀(Team) 아베’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도 ‘팀 아베’라는 항목이 있다. ‘아베 총리가 내리는 정치의 최종 결정을 지원하는
지난 7월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청와대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물었다. 손 회장은 말했다.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대답을 들은 문 대통령이 한국의 인공지능 인재 육성과 투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자 손 회장은 “그러겠다(I will)”고 답했다.원래 두 사람의 만남 시간은 4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대화는 90분간 이
1810만명. 지난 6월 27일 열린 ‘2020 미국 민주당 경선 토론회’의 시청자 수는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15년 10월의 1580만명이었다. 아쉽게도 공화당이 가진 기록은 깨질 못했다. 공화당의 최고 기록은 2015년 8월 폭스뉴스가 주관한 토론회 때 세운 2400만여명이다. 이 토론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후보로 처음 참가한 자리였다.1810만명이 보여준 관심은 이번 대선이 엄청 뜨거울 거라는 신호다. 직전 대선에서는 정치판에서 신인이자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
“전 세계에는 빈곤층 및 금융소외계층이 17억명이나 있다. 이들을 위해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만약 선한 의지로 똘똘 뭉친 스타트업이 이런 포부를 내걸고 암호화폐를 만든다면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만드는 주체가 전 세계에 27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 페이스북은 지난 6월 18일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백서를 공개했다. 그들이 만들 암호화폐 이름은 ‘리브라(Libra)’다.아직 현실에 등장하지 않은 암호화폐라면 보통 백서를 통해 그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페이스북
홍콩에 사는 누구라도 조마조마했을 순간이 결국 오고 말았다. 중국에 대한 반감을 숨겨온 사람들의 인내심은 끊어졌다. 절정은 2019년 6월 9일이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최대 인원이 아스팔트 위를 가득 채웠는데 무려 103만명에 달했다. “철회! 철회! 철회!” 7명 중 1명꼴로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오후 3시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을 중심으로 모여든 인파는 코즈웨이베이 거리와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와 의회로 향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지난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매키너리 컨벤션센터. ‘2019 애플개발자회의(WWDC)’ 첫날, 무대 위 스크린에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의 짧은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스타트렉’과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만든 유명 크리에이터 로널드 D. 무어가 참여한 이 드라마는 냉전시대 벌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척 전쟁이 지금까지 계속됐을 경우를 상상해 만든 작품으로 애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박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팀 쿡 애
지난 3월 29일 차량공유업체 리프트(Lyft)의 경영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상장을 자축하며 종을 울렸다. 2019년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의 신규 주식 공개(IPO)가 잇따를 예정이었다. 그중 리프트의 상장은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좋은 스타트였다. 2007년 ‘짐라이드’로 시작해 창업 12년 차가 된 리프트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편이지만 차량공유업체의 모태나 다름없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서 40%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려 우버(Uber)의 라이벌로 불린다. 리
지난 3월 31일 열린 우크라이나 대선. 최초에는 44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대권에 도전했다. 이후 5명이 사퇴하며 39명이 선거를 완주했는데 이들의 이름을 기입한 투표용지 길이는 115㎝에 달했다. 덕분에 유권자들은 화장지처럼 길게 늘어진 종이를 들고 투표해야 했다. 과거 24명이 출마했던 2004년에는 67㎝였으니 이번에는 모든 게 신기록 감이었다.치열했던 39 대 1의 경쟁을 뚫고 우크라이나의 차기 대통령이 된 사람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다. 선거 직전까지 방영됐던 TV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안 어산지(47)가 체포됐다. 잘 빗어넘긴 은발에 가죽재킷이 어울리던 세기의 폭로자는 7년간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덥수룩한 수염에 살찐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난 4월 11일 오전 7년간 도피 중이던 주영 에콰도르대사관에서 체포돼 나오는 그의 모습은 전 세계로 타전됐다. 영국 경찰은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른 것이다”라며 어산지를 다른 나라에 넘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언론들은 어산지가 곧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어산지가 도피자가 된 건 2010년 미국을 곤란하게 만든 수많
“새 연호는 레이와(令和)입니다.”4월 1일 오전 11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입을 열자 기자회견장은 술렁였다. 극비리에 진행됐던 새 연호 작업의 결과물이 나오자 속보를 보내는 기자들의 손놀림은 빨라졌고 거리에는 호외가 뿌려졌다. 연호(年號)는 군주국가에서 군주의 통치 시기를 뜻한다. 군주가 곧 시간의 지배자란 의미인데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이 작동하는 일본은 여전히 연호에 의미를 두고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군주의 시간을 결정한 게 왕실이 아니라 일본 행정부이며, 그 결정권자가 아베 총리란 점이 재밌는 부분이다.새 연호가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인 ‘그랩(Grab)’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건 흥미롭다.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1억7500만달러, 기아차가 7500만달러를 맡았다. 그런데 10개월 전인 1월에도 현대·기아차는 2500만달러(약 284억원)를 투자했었다. 불과 10개월 만에 10배 규모로 투자액을 늘린 것이다. 총 투자액만 2억7500만달러(약 3120억원)다.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올해부터는 그랩에 현대·기아차가 만든 전기차도
원래 프랑스에서 ‘노란조끼’는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입는 옷이다. 그런데 이제 노란조끼는 수리가 아니라 시위의 상징이 돼버렸다. 2018년 11월 17일 시작한 노란조끼 시위는 해를 넘기고도 진행 중이다. 2019년 2월 9일, 13주째 사람들이 모였다. 파리와 보르도, 마르세유, 니스, 몽펠리에, 루엥, 카엥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어디 나라든 비슷하지만 프랑스에서도 빈부 격차는 큰 문제다. 그런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취임 1년 만에 고액납세자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을 실시했
“청와대가 KT&G 인사에 개입했으며 국가채무 부담을 박근혜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하려고 요구했다.”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이 발언의 진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신 전 사무관은 스스로를 내부고발자라고 정의했다. 지난 1월 2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공익신고 절차를 밟겠다”며 법적보호를 받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제보 내용의 진실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공익에 부합하는 행동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그 사이 국회에서는 차분한 해명 대신 신 전 사무관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인격을 깎아
지난 11월 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예멘 내전에 참전했다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수도 리야드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왕세자의 얼굴을 보고 감동한 일부 병사들은 그에게 달라붙어 껴안기도 했다. 부상 군인들과 친밀하게 스킨십을 나누는 왕세자의 모습은 방송국 카메라를 타고 사우디 전국에 퍼졌다. 사우디의 절대권력이라던 왕세자의 권위는 여전히 빛나는 듯 보였다.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게 10월 2일이었다. 그리고 MBS는
2013년 4월 9일 슈피겔 공동편집장 두 명이 한꺼번에 사임했다. 슈피겔 내에서도 베테랑 기자로 이름을 날리다 2008년 2월 편집장에 올랐던 게오르그 마스콜로와 마티아스 뮐러 폰 블루멘크론이 그 주인공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편집장 직함을 달았으나 역할은 달랐다. 잡지를 포함한 인쇄 에디션은 마스콜로가,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에디션은 블루멘크론이 맡으며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두 사람이 한날한시에 사임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동시 사임의 단초가 된 사건은 2012년 4월, 슈피겔의 경영진과 편집진 8명이 한자리에